타지에서 아프면 외롭고 서럽고 고생스럽다. 당신이 해외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바로 여행자 보험뿐. 그깟 돈 몇 천원에 쫀쫀하게 굴지 말고 건강한 여행하고 돌아오시라.
해외에서 병원을 간다? 이런 경우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아일랜드 여행 중 병원에 가게 된 적이 있었다. 몸살 기운이 심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주사나 한 대 맞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간 거였다. 오전에 가니 예약을 해야 한단다. 다행히 그날 오후 빈 시간이 있어 예약을 하고 3시간 후 다시 찾아갔다. 의사는 청진기 한 번 대고 서너 마디 질문을 하더니 끝났다고 한다. 나갔더니 리셉션에서는 진료비 청구서만 내미는 거다. 이게 다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청구서를 보는데, 순간 환멸을 느꼈다. 40유로. 그 당시 환율은 지금보다도 비싼 1450원대였다.그 돈이면 며칠간 망설이다 돌아섰던 프렌치 커넥션의 티어드 스커트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그 다음번은 독일에서였다. 뮌헨의 영국정원에서 벌레에게 물렸는데 별 생각 없이 긁었더니 두어 시간 만에 다리가 부어오르고 통증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고교시절 비슷한 일로 1주일 동안 주사를 맞아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더 암울했던 건 여행자보험에 들지 않았다는 거다. ‘도대체 어느 병원에 가야 하고, 어떻게 치료를 받고, 치료비가 얼마일까?’ 결국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심정으로 소금을 먹었다. 맥반석에 구워 제조한 식용 소금으로 염증에 좋다고 알려져 있었다. 얼음찜질과 병행한 결과 다행히 다리를 잘
라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다.
스페인에 갔을 때는 민박집에서벼룩에 물려서 민박집 주인과 함께 병원에 갔는데 긴 의자 가득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포기했다. 기차표를 예약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국에 갔고 상황을 설명해 연고를 구입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 병원에 갈 때 생기는 문제는 첫째 진료비. 유럽, 일본, 아메리카 등지의 경우 별다른 치료 없이 진료비가 우리나라의 10배 수준이다. 둘째,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예약이 필요하고 장시간 기다려야 한다. 셋째, 언어 문제에 의한 불편함이다. 그래서 설령 여행자보험에 들어 있다고 해도 병원 가기를 참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큰일 날 소리다.
허니문 전문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최모 씨는 한 고객이 필리핀 해변에서 조개를 밟아 발이 베었는데 이를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그 당시 옮은 면역 체계가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며칠 만에 죽은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그리고 여행자보험에 꼭 들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다. 진단서와 현지에서 지불한 의료비 영수증만 있으면 국내에서 환급을 받을 수 있으며 여행사 패키지의 경우 이와 함께 경위서 등을 동봉하면 된다.
단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지병으로 생긴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보험이 책임지지 않는다.
여행 가기 전 필요한 약과 의사의 진단서를 챙겨야 한다. 둘째, 레저활동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났다면 일반 보험으로 처리가 불가능하다. 한 포토그래퍼는 캐나다 휘슬러에서 스키를 타다 갈비뼈에 금이 갔는데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꾹 참았다고 한다.
이에 <프콤>의 안은주 기자 왈, 캐나다의 한 치과에서 신경치료와 엑스선 한 번 찍는 데 200만원을 냈다고 하니, 갈비뼈를 접붙인다면 그 결과가 어마어마할 수밖에. 또 교통사고 보장은 절차가 까다롭다. 본인의 과실에 따라 비례 보상제가 적용되므로 정확한 진술을 해야 한다. 만약 언어 문제가 걱정된다면 한국인 의사를 찾는 방법도 있다.
호주에서 오락 프로그램을 촬영하던 모 가수가 목을 삐끗한 일이 있었는데 정확한 부상 정도와 치료 방법을 알기 위해 한국인 의사를 찾기도 했다. 한국인 의사를 찾고 싶다면 재외공관에 도움을 청하거나 교포신문, 인터넷, 한국 레스토랑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진료비는 같지만 정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몸이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하지만 그전에 자신의 건강을 미리 체크하고 감기약, 지사제, 소화제, 소독약 등의 상비약은 미리 챙길 것. 물론 현지 약국에서도 이런 기본약품은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지만, 이게 다 돈이 아닌가. 의욕에만 앞서 몸을 혹사시키다 목숨 걸고 소금으로 연명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지어다.[마이프라이데이]
댓글 없음:
댓글 쓰기